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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해질 무렵 산책 중 온천천 물가에서 새 한 마리를 만났어요.
물가 돌 위에 가만히 서 있는 비둘기보다 큰 낯선 새.
아픈 걸까?
움직임이 너무 느려 걱정스러운 마음이 먼저 들었어요.
게다가 머리엔 하얀 막대기 같은 게 꽂혀 있는 듯 보여 순간 심장이 철렁했지요.
‘혹시 누가… 해코지를 한 건 아닐까?’ 마음이 무거웠어요.
온천천 관리사무소에 알려야 하나 고민도 했어요.
하지만 집에 와서 사진을 들여다보고, 찾아보고,
또 찾아보다 이름을 알게 되었어요.
해오라기
머리 뒤의 하얀 막대기처럼 보였던 건,
알고 보니 짝짓기 철이 되면 수컷이 가지는 장식 깃털이었어요.
그 느릿느릿한 걸음도 아픈 게 아니라 원래의 성격이었고요.
신중하고 조용한 사냥꾼. 낮엔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새.
자기만의 시간을 즐기는 중이었던 거지요.
우습게도 막대기를 꽂은 듯한 그 모습이
이젠 정겹고 귀엽기까지 하네요.
오늘, 저는 해오라기를 알아보는 사람이 되었어요.
그리고
천천히 움직이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한다고 해도
그건 병이 아니고 또 하나의 존재 방식이라는 것도 잊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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