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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사는 동네에 이사 온 지 10년이 다 되어가요.
식상하지만 이보다 좋은 표현이 없네요.
'세월은 흐르는 물과 같다.'
9년 전
이 동네에 이사온지 얼마 안 된 어느 날
사소한 일상 속에서
한 어르신을 알게 되었고
작은 인연들이 이어졌어요.
어르신은
해마다 봄이 되면 겨울 난 맛난 푸성귀를
가을이 되면 다 못 먹는다면서 또 온갖 푸성귀들을
가져다주셨어요.
오늘도 겨울난 통통한 보약 부추를 한가득 주시네요.
산아래에 자그마한 밭을 가지고 있는데
형제들이 함께 먹거리를 키워드신다고 하면서요.
앉아서 받아만 먹으니 얼마나 죄송하던지요.
하지만
누구에게 무얼 나누어 줄 때
나누어 주는 그 마음이 또 어떤 마음인지도
잘 알기에
감사히 받아서 끝까지 잘 먹기로 했어요.
그래서 오늘 받자마자
종일 부추요리했어요.
점심때 '부추죽' 끓여 먹고
액젓 부어 '부추김치' 버무리고
마지막엔 토토리가루 넣어 '부추전' 부쳤지요.
'부추전'과 저희 부부의 주량인 '캔맥주 하나'로
행복한 오늘을 그리고 어르신의 마음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어서요.
'짠!'
앞으로 제 일생동안 '정구지'를 보면
언제나 '어르신'이 떠오를 거예요.
'어르신 오래오래 지금처럼 건강하세요.'
부추전의 재료 비율은 다음과 같아요.
부추 8
튀김가루 1.5
도토리가루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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